하치 이야기, 2009.
기타2011. 3. 1. 02:07
감독 : 라세 할스트롬
주연 : 리차드 기어, 사라 로머, 조안 알렌
2009년 미국에서 제작된 '하치 이야기' 는 잘 알려져 있듯이 리메이크작입니다.
1987년 일본에서 이미 실화를 배경으로 한 '하치 이야기' 가 제작되었었고, 이미 그 일화는 상당히 유명해져 우리 나라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요.
원체 영화를 많이 보는 편도 아니었고, 특히 누군가의 추천에 의해 영화를 보는 일은 거의 없었던 저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 사람은 가까운 지인도 친구도 아닌 베트남 현지인이었답니다.
아직 베트남어가 미숙해 저와 그 친구는 영어로 대화를 할 수 밖에 없는데요, 그 친구의 'dog'와 'moved' 단 두 개의 단어가 저로 하여금 이상하게도 하치 이야기에 끌리게 만들었습니다.
영화는 한 소년이 교실에서 자신의 영웅에 대한 설명의 시간 중 Hachiko라는 개를 소개하면서 시작됩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칠판에 Hachiko라는 이름을 적자마자 교실은 술렁이게 되지요.
개인적으로 저러한 회상적 접근, 특히 교실에서 다른 친구들에게 발표하는 형식으로 영화의 막을 올린 게 이 영화의 전체 분위기와 너무도 잘 어울려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대중에게 연설하는 어려운 분위기도 아닌, 점심, 저녁시간의 소소한 잡담 수준의 가벼움도 아닌, 그야말로 딱이랄까요)
소년이 설명하듯, 하치는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로 가던 개인지 아무도 모릅니다.
영화에서 설명하는 바에 따르면, 불행히도 운반 도중 잃어버려서 새로운 주인을 만나게 됩니다.
우연히 기차역에서 주인 잃은 강아지를 발견한 사람은... 혹은 우연히 그 강아지에게 발견된 사람은
개인적으로 '하치 이야기'를 돋보이게 하는 최고의 요소들 중 하나로!! 리차드 기어를 캐스팅했다는 걸 꼽고 싶네요 :)
(어찌 저렇게 강아지와 어울리는 노신사가 있단 말입니까!!!)
음대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윌슨 교수(리차드기어)는, 주인 잃은 강아지를 집에 데려오게 됩니다.
하지만 으레 그렇듯, 집에서 강아지를 키우는 데에는 많은 장애물들이 존재하는데,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그것이지요.
"강아지를 슬쩍 집에 데려다가 그냥 키울 생각 아닌가요?"
가정에는 강아지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닌 사람도 있게 마련이지요 :)
윌슨 부인은 윌슨 교수가 강아지를 데려온 데 대해 못마땅해 합니다.
윌슨 교수는 '주인을 찾을 때까지만' 강아지를 맡겠다고 설득하지요.
다행히 이 가정에서는 딸은 강아지를 키우는 데 호의적입니다만, 역시나 강경한 엄마 앞에서는 어쩔 수 없어요 :(
윌슨 교수는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하지만, 일단은 강아지의 주인을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유기견 센터를 찾아가기도 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데려갈 것을 권하기도 하구요. 여기저기 강아지의 사진을 담은 포스터도 붙여 놓습니다. 하지만 주인을 찾는 것은 쉽지 않지요.
오히려 일본인 친구에게서, 그 강아지의 종은 '아키타' 이며, 목걸이에 '하치' 라 써있다는 말에 이름을 '하치' 라 붙여주며 기뻐합니다. 아키타 종에 대해 찾아보기도 하고 큰 관심을 쏟지요.
이렇듯, 윌슨 교수는 하치를 키우고 싶어하며, 은근히 의사를 부인에게 내비칩니다만, 윌슨 부인은 계속 반대하지요.
설상가상으로, 부인이 몇 달간 작업하던 작품을 하치가 망가뜨리기도 하면서, 점점 하치를 키우기 어려울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윌슨 교수는 하치에게 변함 없는 애정을 쏟지요.
하치에게 공놀이를 가르치려는 윌슨 교수. '공을 던지면 가서 물어와 하치!'
하지만 도통 말을 듣지를 않네요. 윌슨 교수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같은 시각 집에서는, 윌슨 교수의 딸이 윌슨 부인에게 넌지시 개를 키웠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비칩니다.
그리고 윌슨 부인과 딸이 창문 너머로 보게 된 것은.
"이거야 하치!"
윌슨 교수가 개에 쏟는 남다른 애정에, 아내도 마음을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겠지요.
때마침 강아지를 맡겠다는 사람이 나타났지만, 윌슨 부인은 남편이 하치를 키우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개는 이미 주인을 만난 것 같군요"
(남편에 대한 부인의 사랑과 애정이 느껴지는 저 표정에서 저도 모르게 살짝 울컥 ㅠㅠ)
장면은 바뀌어, 하치는 무럭무럭 자라버렸습니다
이제는 주인인 윌슨 교수를 너무나도 좋아하고 따르게 된 하치.
심지어 출근길에도 윌슨 교수를 보내려 하지 않습니다 :)
그래도 억지로 집에 넣어두고 문을 잠그고 출근한 윌슨 교수.
하지만 하치는 얌전히 집에 있지 않습니다.
탈출 1)땅굴 파기
기차역까지 혼자 길을 찾아 따라온 하치 ㅋㅋㅋㅋㅋ
윌슨 교수는 이 날 어쩔 수 없이 하치와 집으로 돌아갑니다.
땅굴을 파지 못하도록 땅을 다시 손질하고, 하치를 타이르고, 윌슨 교수는 출근합니다.
하치는 오전에 얌전한 듯 하더니, 주인이 돌아올 시간이 되자
탈출 2)담치기
"어떻게 된거야 하치? :O"
여름에도 겨울에도
눈이 와도 비가 와도
출근 시간에 역까지 따라가고,
주인의 퇴근시간이 되면 역으로 알아서 마중나가는 개 하치.
주위 사람들도 놀라워 할 수 밖에요 :)
이제는 보통의 개와 주인의 관계를 넘어서 가족이 되어버린 하치
딸이 결혼과 함께 나가고, 하치는 윌슨 교수는 하치를 더더욱 자식같이 여기게 됩니다.
스컹크로부터의 위협으로 하치를 구하다가 결국 스컹크 에게 함께 당하기도 하고 :)
함께 욕조에 들어가 목욕도 하고
심지어 하치에게 전신 마사지를 해주기도 합니다 ㅋㅋㅋㅋ
하치와 윌슨 교수, 이 둘의 삶에는 아무 문제도 없을 것처럼 보였건만......
어느 날 아침, 좀처럼 윌슨 교수를 따라 나서려 하지 않는 하치.
마치 오늘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알고 있다는 듯이, 하치는 좀처럼 윌슨 교수를 보내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윌슨 교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하치를 내버려두고 집을 나섭니다. 하지만 안절부절 하치는 어쩔 줄을 몰라하다가
결국 달려나가 윌슨 교수를 기차역에서 만납니다. 윌슨 교수는 그저 하치가 배웅 나와준 것에 기뻐하지만
하치는 계속해서 윌슨 교수를 보내지 않으려 하지요.
윌슨 교수가 그토록 연습을 시켰음에도 도통 가져오려 하지 않던 '공'까지 물고 온 하치.
윌슨 교수는 하치가 비로소 공을 가져왔다며 모두에게 자랑하고 뛸듯이 기뻐하지만, 하치는 그저 주인을 보내지 않으려는 마음 뿐입니다.
기차를 타러 가는 윌슨 교수를 향해 계속 짖어대며 이상한 행동을 하는 하치.
이렇듯 이 영화는 '하치' 라는 일본, 동양의 개에 대한 어떠한 신비로움을 드러내고 있기도 합니다.
윌슨 교수가 돌아올 시간, 5시. 하지만 도착한 기차에서 윌슨 교수는 내리지 않고, 하치는 계속 그 자리에서 기다립니다.
밤늦게 가족들이 와서 하치를 데려가고, 모두들 윌슨 교수의 갑작스런 죽음에 슬퍼합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 누구보다 슬펐던 것은 하치 였는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하치는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같은 장소로 나와서 윌슨 교수가 오기만을 기다립니다. 하염없이
하치가 언제나 하루 중 가장 기다려왔던 시간, 오후 5시의 기차역의 풍경과 사람들은 그대로입니다.
그 자리에서 윌슨 교수를 기다리는 것만이 하치의 마음을 달랠 수 있었던 것일까요,
하치를 딱하게 여긴 여러 사람들이 하치에게 말을 걸지만 하치는 그 누구에게도 답하지 않고 자리를 지킬 뿐입니다.
시간이 흘러, 하치를, 그리고 아버지를 너무도 사랑했던 윌슨 교수의 딸은 하치를 데려가기로 결정합니다.
변함없이 하치를 사랑해주는 새로운 주인과 가족들. 이들은 아버지가 너무도 사랑했던 하치가 진심으로 행복하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하치에게 있어서, 세상 어느 것도 윌슨 교수를 대신할 순 없었겠지요.
하치는 계속해서 집을 도망나가, 기차역으로 나갑니다.
처음에 윌슨 교수의 딸은 어떻게든 하치의 마음을 돌려놓으려 합니다.
하지만, 그녀 스스로도 하치와 같은 것을 잃어버렸기에, 하치와 같은 아픔을 공유할 수 있기에,
그리고 어쩌면 하치는 자신보다 더 큰 슬픔을 지고 있음을 알기에, 이내 하치를 보내주게 됩니다.
기약 없는 기다림을 시작한 하치, 근 10년간의 하치의 기다림은 신문에도 나게 되고
많은 사람들이 하치의 이야기에 감동해 하치를 돕고자 합니다.
하치의 밥, 생활에 대해 걱정, 보조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게 되었지요. :)
오랜 세월이 흘러, 다른 도시로 떠났던 윌슨 부인은 남편과, 가족들, 그리고 하치가 살았던 도시를 다시 방문합니다.
그리고 그 기차역에서, 놀랍게도 아직껏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하치를 발견합니다.
이미 예전보다 많이 늙고, 쇠약해진 하치. 하지만 주인에 대한 그리움만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네요.
"하치.........."
하치는 그렇게 줄곧, 남은 평생동안 윌슨 교수를 기다리며 살았습니다.
무엇이 그를 지탱했던 것일까요
주인에 대한 충성심?
하나뿐인 벗에 대한 그리움?
평생동안 잊을 수 없었던 그 추억들?
그렇게, 오랜 기다림을 잘 견딘 하치는 주인의 품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처음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을 훔치느라 바빴던 영화이고,
리뷰를 위해 다시 볼 때 조차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던 무서운 영화입니다.
영화는 내내 주인인 윌슨 교수와 그의 개 하치 가 서로 얼마나 사랑하는 사이인가를 잘 나타냅니다.
리차드 기어, 사라 로머의 연기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으며, 눈빛 하나만으로 관객들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힘을 가졌습니다.
윌슨 교수와 하치.
사랑하는 두 이간의
애정과 그리움,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담아내는 '사랑' 이라는 단어를 표현하는 데 있어
단 한 마디도, 단 한 글자도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사랑을 느낄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