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니 - Nini

10/17. 베트남서 한국어 능력시험이 있었습니다.


하노이, 빙, 다낭, 호치민시 네 군데에서 치뤄진 이번 한국어 능력시험에서


저는 빙 지역에 시험감독으로 지원해서 다녀오려고 "했는데 말입니다...."


베트남의 환상적인 날씨 탓에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고생만 하다 돌아왔습니다.


"장난이 아니었지요 T_T"




10/16 


새벽 1시반, Hue서 Vinh으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역으로 나갔습니다.


2시 10분 기차였지만 조금 딜레이가 있어 2시반 경에 도착했습니다. 탔습니다 T_T


침대버스라 누워서 기분 좋게 갔습니다. 가격은 25만동 정도 했던 거 같네요.


다음날 오전 9시 반경 도착 예정이었습니다. 한숨 자고 일어나면 도착해 있겠거니 했지요.




기분 좋게 자다가 아침에 눈을 떠보니 바깥이 심상치 않네요. 정말 "이럴 수도 있나" 싶을 정도로 비가 오더군요 T_T


기차가 조금 가다가 서버렸습니다. 같은 침대칸을 쓰는 베트남 사람한테 물어보니 홍수로 기차가 못 간다네요... 무기한 딜레이


차장에게 물어보니 Vinh까지는 2시간 정도 떨어진 거리라는데, 물이 좀 빠져야 움직일 수 있다는 듯.


그때부터 무한한 기다림이 시작되었습니다.. 오후 3~4시까지 비는 좀체 그치질 않고 물은 더더욱 불어나고(!)


기차는 앞으로 가는 것은 포기, 이전 역인 Dong Hoi 까지 슬금슬금 빠꾸를 시작했지만 비 때문에 그것마저도 불가능(!)


앞에도 홍수, 뒤에도 홍수. 아예 같은 침대칸 아저씨들은 보드카에 땅콩을 까기 시작했습니다 ㅋㅋㅋㅋㅋ
(같이 보드카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T_T 사실 울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술에 취해서 벽에 기대서 졸고 있는데 옆 칸 베트남 꼬맹이들이 와서 막 깨우고....................


1회용 도시락 통에 담긴 푸석푸석한 밥, 간이 안된 고기 서너점, 나물로 저녁을 때우고 다시 기차에서 취침 T_T
(아침, 점심, 저녁 다 같은 패턴의 식사 T_T)


아침 10시에 진작 도착했어야 하는 것인데 결국 다음날이 되도록 도착하지 못했습니다. 기차 체류 22시간째.




10/17


너무 자서 잠도 오지 않던 다음날 새벽 1시경, 비가 잦아들기 시작하면서 '슬금슬금' 기차가 뒤로 돌아가더군요.


앞으로는 도저히 못 가겠다는 판단, 기차는 느릿느릿 기어서 드디어 새벽 4시에 Dong Hoi 역에 도착했습니다.


기차로는 도저히 Vinh으로 갈 수 없기에, 승객들을 버스에 태워서 보내더군요. 


이로써.... 기차에서 장장 26시간을 보낸게지요 T_T


이미 늦을대로 늦어버린 시간, 시험 시간에 도착할 수 없다는 사실은 거의 분명했지만 T_T


여기까지 온 게 너무 아까워서라도 순순히(?) 돌아갈 수는 없겠더라구요.


그래서 Vinh으로 간다는 로컬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상당히 비좁은 버스였지요.


결론적으로... 이 때 Hue로 그냥 돌아갔어야 했는데 T_T



버스는 Dong hoi를 지나 Ha Tinh 에 다다랐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Ha Tinh 지역의 홍수는 '대.박.' 입니다 -_-


버스를 타고 달리면서 보니 집과 집 사이를 나룻배를 타고 이동하더라구요 ㅋㅋㅋㅋ// 옆에는 오리떼들이 지나다니고//


그래도 쭉쭉 갈 수 있었다면 금방 갈 수도 있었겠지만..


공안들이 길을 막고 통제하면서 못 지나가게 하고, 그러면 버스 안에서 또 무기한 기다림이 시작되었지요.


어떻게 어떻게 공안이 없는 때라도, 버스 화물칸으로 물이 들어올 정도로 심한 홍수를 뚫고 가야만 했습니다.


화물이 젖으니까 결국 화물들을 버스 안으로 옮기게 되었고, 그러니 더 비좁아지고 T_T


고생고생하면서 겨우겨우 오후 1시반경에 Vinh 기차역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이로써 버스 안에서도 9시간 반을 보냈군요......




고생고생해 도착한 Vinh.... 하지만 여기도 비가 그치지 않아서 시내구경은 생각도 못하고.


발목, 심한 지역은 무릎까지 잠기는 상황인지라 그냥 호텔에 틀어박혀서 또 시간을 보냈습니다.


핸드폰 배터리는 떨어져가고, 힘들게 들고온 노트북은 AC전원을 놓고 오는 바람에 얼마 쓰지도 못하고.


호텔 방 안에서 멍하니 창문을, 천장을, 그리고 시계를 쳐다보며 3시간여를 멍때리며 있었습니다..........
(3시간 뒤에는 Vinh 지역 단원 형과 만날 약속을 했기 때문에 T_T)


3시간 뒤, 한국인 사장님이 운영하는 식당이 있어서 그 쪽에서 다같이 밥을 먹기로 했다는군요


택시를 잡고 주소를 보여줬습니다. 안간답니다 -_- 그 쪽은 비가 너무 잠겨서 못 간답니다.


그러더니 슬쩍 돈을 좀 많이 주면 가겠답니다. 15만동을 달라네요 -_-... 형 말로는 본래 3~4만동이면 간다는 거리랍니다.


포기하고 형이 데리러 온다는 걸 기다렸습니다. 형이 다른 택시를 타고 오셔서 결국 저를 픽업해서 식당으로 갔지요.


그리고 정말. 너무나도 감격스러운 닭도리탕과 계란찜을 가지고 눈물 젖은 밥을 신나게 먹었답니다 T_T




맛있는 식사를 마치고 난 후에


밤 기차를 타고 Hue로 돌아갈까 했지만, 아직 도저히 기차가 있을 거 같지 않더군요. ;;;;;;;


다시 엄청난 빗속을 뚫고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열 명이 넘는 한국 분들이 계시더군요// 알고 보니 이번 한국어시험 감독을 나오셨던 산업인력공단 분들이셨습니다.


비 때문에 버스가 하노이로 올라가지 못해서 돌아오셨더랍니다.


모자라는 베트남어 실력이지만 그럭저럭 방을 예약하고 안내해드리는 데에 성공한 채, 뿌듯하게 방으로 복귀했습니다 :)


아// 다음날 Vinh에서 하루 지내고 저녁 기차를 타고 돌아가야지 라는 생각을 한 채 말이지요.





10/18


아침 6시에 기상, 호텔서 아침을 먹은 뒤에


기차역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 날벼락, 오늘은 물론이거니와 내일까지도 Hue로 가는 기차표는 없답니다;;;;


모레 기차를 타면 글피에 도착하란 말인가 ;;;; 도저히 안되겠어서 호텔로 돌아와 버스 시간표를 알아봐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오늘은 버스도 없다네요. ;;;; Ha tinh 지역의 홍수가 너무 심해서 길이 막혀 있답니다.;;;


어떻게든 내일 아침까지는 도착해야 겠다 싶은데 어쩌나 T_T


카운터 앞에서 멍 때리고 있다가, 체크아웃 나오신 산업인력관리공단 분들 체크아웃 을 도와드렸는데


혹시나 Ha Noi 쪽으로 갈 거면 태워다 주시겠다고 해서(!)


적당히 계산해보니까 저녁 5시 경에는 하노이에 도착하고, 7시 20분 Hue 비행기를 탈 수 있겠더라구요.


염치불구하고 버스에 올라 하노이로 향했습니다.(버스를 전날 9시간 반에 이어 또 ㅋㅋㅋㅋ)


그래도 이렇게 공짜(?)로 타게 되었는데, 도움이 되고자 베트남인 기사분과 공단 분들 사이에서 커뮤니케이션을 도와드렸지요.


점심쯤 되서, 중간에 식당에 들러 점심을 먹고//


모자라는 베트남어지만, phở, thịt dê, cơm, xao bò 등을 시켜 드렸더니 공단 분들이 아주 만족스러워 하시더군요 ㅎ


전통술도 몇 병 주문해서 함께 드시고// 기사분까지 16명이 식사하니 50불이 나왔습니다.// 싸게 먹었다고 좋아하셔서 또 뿌듯했구요 ㅋ


그렇게 식사를 마친 후, 버스는 또 달리고 달려 저녁 4시반경에 하노이에 도착했습니다. 아이고 T_T


공항에 가기 위해 인사를 드렸더니 오늘 이것저것 고생 많이 했다고 택시비도 주셨습니다// 굉장히 신세 많이 졌습니다 (_ _)





그런데, 그렇게 도착한 공항. Hue 가는 표는 매진이라는군요 -;;;


일단 waiting list에 이름을 올려놓고 대기했습니다.


다행히도 이륙 30분 전에 표를 구할 수 있었구요 ㅎ /// 다행히도 Hue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Hue에 내리니 저녁 8시반 T_T


공항에서 나오니 Hue에도 비가 주룩주룩 내리대요 .... 누구 말대로 제가 비를 몰고 다니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ㅋㅋㅋㅋㅋ





3일, 72시간동안 기차 및 버스 위에서 43시간 가량을 보냈더군요 ㅋㅋㅋ


게다가 목적이였던 한국어 능력시험 감독에는 참가하지 못했고 T_T





제대로 시련을 겪었던 3일입니다 ㅋㅋㅋㅋ 잊지 못할 거에요.